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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이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낙인처럼 여겨진다. 저소득층의 공간, 열악한 시설, 복지의 끝자락. 그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그 모든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조사되고 있는 비엔나는 인구 200만명이 총 110만개의 주택에 거주한다. 그런데 전체 주택 가운데 75%가 임대주택이다. 그것도 평생 거주가 가능하고, 자녀에게까지 양도할 수 있는 집이다. 이 놀라운 숫자의 비밀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리조트 같았던 7.5평 청년 기숙사
비엔나 저금리 의 청년 기숙사. 사우나(오른쪽)와 샤워시설. 권민철 기자
2일 오후(현지시간) 서울시 방문단과 함께 비엔나 청년 전용 임대주택인 융에스 보넨을 찾았다. 시내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 378세대 규모의 새 임대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1인 가구 204세대, 가족 대학원생 장학금 174세대가 살고 있는 곳이다. 지하엔 헬스장과 사우나, 지상 2층엔 세탁기와 공유 주방까지 이름만 기숙사지 리조트라 해도 믿을 법한 시설이다.
기숙사 방은 7평 남짓. 작지만 쾌적해보였다. 1인실은 월세는 615유로(100만원). 비싸 보일 수 있지만 화장실 같은 공용공간을 2인이 함께 쓰는 구조 덕에 전용면적이 좁 한국주택 은 걸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집 크기를 키웠다 줄였다…스마트룸
비엔나 '노르트반호프' 임대주택. 권민철 기자
이 아파트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스마트룸'이었다. 현관 문을 열 파산면책자무직자대출 고 복도 건너편 또 다른 현관문을 여니 6평짜리 확장공간이 열린다. 물건 보관이나, 손님 거처, 아이방 등 다양하게 쓰이는 숨은 공간이다. 함께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야, 이건 세계 어디서도 못 본 시스템"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음 행선지는 '노르트반호프'. 기차역 주변 낡은 부지를 아름다운 공공주택 뱅크샵 단지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기하학적 모양으로 건물을 배치했는데, 외벽이 온통 식물로 뒤덮여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또 다른 녹지가 펼쳐져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시공사측은 "녹지를 건물로 끌어들여 쾌적함을 극대화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대주택 단지인 시내 중심부의 '존벤트 피어텔'은 비엔나의 가장 혁신적인 임대주택개발지다. 단순한 주거 공간에 머물지 않고 학교, 보육시설, 문화공간, 상점 등이 한 덩어리로 구성된, 말 그대로 도시 안의 도시(Superblock)다. 1천 세대가 넘는 대형 주거단지가 블록 형태로 조성돼 있고, 그 안에는 '소셜믹스'가 설계에 포함되어 있다. 입주자 사이에서 임대인지 소유인지, 소득 수준이 어떤지 전혀 구분되지 않게 섞어놓은 것. 외부에서 보기에 같은 입구,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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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존벤트피어텔 임대주택(배경) 입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임대주택의 천국 비엔나, 그 시작은?
비엔나의 임대주택은 △공공임대(시가 직접 건설·운영) △진흥기금 임대(민간 시행사가 시의 기준과 보조금을 받고 공급) △민간임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의 월세는 제곱미터당 5.81유로(8천원) 수준이다. 60㎡ 아파트 기준 35만 원. 이 가격은 1945년부터 공식적으로 유지돼 왔다. 물론 인플레이션에 따라 소폭 조정이 있지만, 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비엔나시는 전체 예산의 5.2%를 공공주택에 투입하며, 연간 6억 유로(8천억원)를 주거 예산으로 집행한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까지 더해진다.
비엔나의 주거정책은 한마디로 '정치의 산물'이다. 현재 시장도 과거 10년간 주택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비엔나는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정으로 전환되며 사회민주당이 집권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권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이 줄곧 유지한 신념 하나가 바로 "사는 곳이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이다. 비엔나 시민이라면 누구나 일정 소득 요건만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으며, 한번 들어가면 살던 가격 그대로 평생 거주가 가능하다. 수입이 늘어나 벤츠를 타고 다니더라도 쫓겨나지 않는다. 비엔나시는 "우리는 그런 변화를 환영한다"고 했다. 삶이 좋아졌다는 증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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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아파트. 권민철 기자
비엔나는 과연 '그림의 떡'인가?
비엔나의 모토는 "Wien ist anders."(비엔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시의 자부심이자, 스스로에 대한 선언이다. 비엔나는 100년간 똑같은 정당이 주거정책을 책임졌고, 그 안에서 공공성, 도시디자인, 거버넌스, 생활의 질을 하나의 체계로 구축했다. 무엇보다 임대주택을 마구마구 공급할 유휴지도 여전히 넉넉하다.
그러나 서울은 그럴 공간이 없다. 오죽하면 주차장, 간선도로, 빗물 펌프장 '위'에까지 공공주택을 짓자고 하겠는가. 현장을 둘러본 오 시장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보면서 공간 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연구하겠다"며 공용 공간을 매우 잘 만드는 게 굉장히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찰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공용 주방, 공용 세탁실, 공용 거실, 공용 운동 공간을 집어넣으면서 주거에 필요한 전용 공간은 작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엔나는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닮아가야 할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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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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