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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과 스토킹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 지 오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 당국은 제도적 보완과 피해자 보호 등을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범인들은 보란 듯이 같은 양상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기도 의정부와 동탄, 대구, 울산, 대전, 인천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스스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해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이 더 죽어야 이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7월26일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홀로 근무하던 A씨(여·50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그는 세 차례에 자유적금 이자 걸쳐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는데 결국 목숨을 잃었다.?
ⓒChatGPT 생성이미지
가해자 접근 막지 못한 사법 당국
경찰은 60대 남성 B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사건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 8등급무직자대출 TV를 통해 범행 시간대에 B씨가 건물을 빠져나간 것도 확인됐다. 이후 오후 5시34분쯤 B씨가 수락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확보하고 일대를 수색했다. 다음 날 오전 B씨가 수락산 중턱에 숨져있는 것을 한 등산객이 발견하고 신고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어 B씨가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과거 해당 노인보호센터 부부창업 에서 약 1년간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였다. 지난해 12월 퇴사한 B씨는 올해 3월부터 A씨에게 일방적으로 연락해 찾아왔고 행패를 부리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총 3차례에 걸쳐 B씨를 스토킹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보호에 들어갔다.?
B씨는 집요하게 A씨에게 접근했다. 사건이 새마을금고 방공제 일어나기 6일 전에는 A씨 집을 찾아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이때 경찰은 B씨에 대해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검찰에 잠정조치(접근·연락 금지)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다는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 A씨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A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소지했으 토마토저축은행 나 착용하지 않고 핸드백 고리에 걸어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위험 상황에서 즉시 신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사건 이틀 후인 7월28일 오후, 이번에는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C씨가 이별을 통보한 것에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인 20대 D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C씨는 범행 이전에 폭행과 스토킹으로 경찰에서 2차례 조사를 받았고, 피해자에게 전화 168회와 문자 400통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D씨를 보호하기 위해 잠정조치 1~4호를 검찰에 두 차례 신청했으나 1차는 모두 기각되고, 2차에서는 구금이 가능한 최고 보호 단계 4호가 빠지면서 D씨는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사건 다음 날인 7월29일 낮 대전에서는 30대 여성 E씨가 전 남자친구인 장재원(26)에게 살해된다. 장씨는 범행 몇 달 전부터 E씨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는 E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사망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역의 장례식장을 검색한 후 E씨 시신이 안치된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체포됐다.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장재원의 이름과 얼굴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렇듯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은 위험 상태에서도 국가 공권력의 관리와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7월30일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전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체포된 남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탓에 신고 꺼리기도
더 큰 문제는 스토킹 범죄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킹 범죄 대부분은 온·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껏 매스컴에서는 오프라인 스토킹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도 사실이다.?
모든 시선이 오프라인 스토킹에 집중된 사이에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온라인에서는 악랄한 수법의 스토킹 범죄가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스토킹의 유형도 더욱 다양화되는 추세다.?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중요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하는 행위, 위치추적 앱으로 이동을 추적하는 행위, SNS 계정에 있는 친구나 팔로워들에게 험담·가짜뉴스·딥페이크를 보내는 행위, SNS를 통한 폭탄 전화·메시지·이메일 보내기, 지속적인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 등이다.
피해자들은 온라인의 파급력 등으로 인해 신고를 망설이거나 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국내 대표적 이별 살인으로 알려진 2016년 4월19일 송파 사건 피해자도 가해 남성이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전화·문자·SNS 등으로 집요하게 괴롭히자 신고를 망설였다.
당시 가해 남성은 "내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미국에 사는 동생에게 이동저장장치(USB)를 보내 내용물을 인터넷에 퍼트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섰다가 살해당했다.?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이혼한 이아무개씨(여·47)도 스토킹 피해를 당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어렵게 이혼했으나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전남편 김아무개씨(48)는 이씨가 주거지를 옮겨다녀도 귀신같이 찾아내 괴롭혔다.?
김씨가 이씨의 승용차 범퍼에 몰래 GPS(위성항법장치)를 붙여 위치를 추적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22일 이씨는 수영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아파트 출입문에 숨어있던 김씨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세 명의 딸은 아버지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최고형에 처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2013년 12월18일 서울 강남에서 제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된 조아무개 교사(여·34)는 이메일 협박을 집요하게 받았다. 가해자인 유아무개씨(22)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 대안학교를 다니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조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급기야 점점 병적으로 집착하고 쉴 새 없이 전화를 걸다가 받지 않자 이메일을 보내 욕설과 협박을 퍼부었다.?
그는 또 학교 관계자들에게 자신과 조씨가 사귀었다는 거짓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조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이에 격분해 '너를 강간하고 싶다' '너는 내 여자다'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무려 400여 차례나 전송했다. 조씨의 SNS에도 '기필코 죽일 거야' '○○쌤 어디 있을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등의 글을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와 함께 올리는 등 피해자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유씨의 스토킹은 결국 살인으로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일어난 온·오프라인 스토킹 범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대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끝없는 의심 그리고 소유욕, 일상생활 통제, 세상에 대한 피해의식, 이별 선언 후 무조건적인 증오, 살인적인 스토킹 등이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상대의 마음을 돌린다는 명분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결국 상대가 죽어야만 비로소 끝이 났다.
7월3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여성 시민단체들이 스토킹 범죄 관련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온라인 스토킹, 법적 대응 어려워 더 무력감
최근 발간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학술지 《여성연구》에 실린 논문 '보이지 않는 감옥: 기술 매개 강압적 통제와 스토킹'에 따르면 온라인 스토킹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모든 움직임을 장악하고 물리적 폭력 없이도 강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직접적인 신체 접촉 없이 온라인을 통해 감시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무력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이혼한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씨의 사례처럼 GPS를 활용한 스토킹 행위는 피해자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조장하는 통제 방식인데도 현행법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이 아닌 정보보호 차원의 위법행위로 간주해 처벌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의 디지털 강국이지만 첨단기술을 이용한 스토킹 유형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인식 부족과 법적 장치 미비로 인해 온라인 스토킹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3년 7월 스토킹 처벌법이 개정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SNS에 올리는 행위 등도 스토킹 범죄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다. 다만 온라인 스토킹 범죄 관련 통계가 별도 구축되지 않는 등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땜질식 접근과 처방도 문제다. 사법 당국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세웠지만 근본적인 예방책보다는 그때그때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내놓는 데 급급했다. 그로 인해 범죄 악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끊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잇따른 스토킹 범죄에 정부 당국, 지방자치단체, 국회 등에서 한목소리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참에 오프라인 스토킹 범죄에 집중돼 있는 대책안을 온라인 스토킹 범죄로 확대해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접근 금지 중인 가해자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좀 더 세밀하고 지속적이며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검찰도 '스토킹 잠정조치 신청 사건 처리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검찰청은 스토킹 전담 검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진술을 듣고 더 적극적으로 잠정조치를 청구하게 하고, 경찰과의 연락 체계를 구축해 빠른 잠정조치 청구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미묘한 경쟁 관계, 검사의 안일한 판단이 계속되는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서 의정부 사건처럼 경찰과 검찰이 엇갈린 판단을 내리면서 피해자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러 건의 스토킹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뒤 현재까지 발의된 개정안은 스토킹 처벌법 17건, 스토킹 방지법 2건 등 총 19건이다. 개정안에는 '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그 밖의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새롭게 추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에 발이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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